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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공부/보건소_COVID-19 대응팀(20.1~20.2)

보건소 근무일지 3_역학조사와 신천지 무죄

by 소우118 2021. 1. 15.


신천지 총회장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1심서 무죄를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마침 역학조사를 하면서 생각하던 것들과 관련이 있어 더 관심이 간다.

뉴스를 통해 내용을 보니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방역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 현황과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 볼 수 없다.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 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 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

 

사실 자료수집 단계를 역학조사와 분리하여 '역학조사 자체가 아니다' 라고 하는 것부터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것은 역학조사의 중점을 환자 발생 '이후'의 감염경로 추적에 국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역학조사의 목적은 팬데믹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확산을 막기 위함이고,

이를 위해서는 발생 '이전' 단계의 접촉자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판결의 내용은 역학조사의 목적을 다소 다른 방향으로 본 것 같고, 개념을 좁게 해석한 것 같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사실 법보다 사람이다..

설령 법에 의한 판결 자체가 이상적이고 논리적일 지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 생각한다.

왜냐면 그것을 적용할 사회가 이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기 떄문이다. 

이러한 판례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시급하다.

분명히 '신천지 방역 방해 무죄라며요, 명단 주기 싫어요. 접촉자 알려주기 싫어요.'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역학조사를 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진술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게 생각외로 어렵단 것이다.

신천지와 같은 종교 단체가 아니라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숨기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역학조사를 해보면 정말 내가 질문하는 것만 딱 대답해주거나, 질문 방식에 따라 답의 질이 달라진다.

어떤 느낌이냐하면 번역체가 완연한 대학 교재에서 얼기설기 내용을 파악해가는 것만 같다.

예를들어 증상이 있냐고 물어봤을 때는 없다고 했는데, 얘기하다 보면 콧물이 났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가 생각하기에는 콧물은 말할만한 증상이 아니라고 판단 내린 경우다.

때문에 '증상이 있나요?'라는 질문 보다는 '콧물, 기침, 가래 같은 증상 있으세요?' 라는 질문이 더 정확한 답을 얻게 한다.

일단 판결은 내 선에서 할 일이 아니니..

나는 역학조사 일을 통해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좀 더 좋은 질문 방법을 훈련을하고,

이것들을 토대로 질문지 자체를 좀 더 좋게 구성할 수 있는 연습들을 해야겠다.

나중에 임상쪽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경험이 될 거 같다. 


+ 질병관리 본부 홈페이지의 21.1.14 통계 파이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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